김희진
IF IT HAPPENS,
LET IT HAPPEN
KIM HEE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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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크로스, 럭비, E-Sports. 멀게만 느껴지는 이 종목들은 누군가에게는 일상 속 운동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대화 내내 반짝이는 눈빛으로 운동 이야기를 들려준 김희진님의 매력을 느껴보세요.
먼저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어느덧 직장인이 된 27살 스포츠를 사랑하는 김희진이라고 합니다. 3살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과테말라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대학을 오게 됐고 첫 직장 또한 한국에서 시작했습니다.
저도 요즘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는데, 스페인어 실력이 부럽습니다. Hola? Hola! (웃음)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스페인어를 접했으니까 자연스럽게 언어를 할 줄 알게 됐죠. 사실 단어마다 변형도 워낙 커서 복잡한 언어인 것 같기는 해요. 그래도 라틴계열 언어 중에는 그나마 가장 쉬운 언어인 것 같아요. 에디터분도 열심히 배워 보시길 응원합니다. (웃음)
감사합니다, 희진님은 다양한 운동에 관심을 두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맞아요! 운동을 보는 것도 좋아하고 하는 것도 좋아해서 다양한 스포츠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어릴 적부터 농구나 축구 같은 메이저 스포츠는 물론이고 쇼트트랙, 럭비 같은 비인기 스포츠에도 관심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라크로스를 오래하기도 했고 수상스포츠나 스키 같은 계절 스포츠도 많이 즐기고요. 오죽하면 제가 대학에서 의류환경을 전공했는데 오히려 체대생 같은 대학 생활을 했다고 생각될 정도로 여러 운동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다른 취미가 아닌 운동을 즐기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저는 항상 제가 활동적인 사람인 것은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어릴 때 꿈이 사실 대역 배우를 쓰지 않는 액션 배우였어요. (웃음) 오죽하면 운동을 안 좋아하는 오빠 대신에 군대에 가겠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외국에서 생활하며 자연스럽게 운동을 접할 기회가 더 많았어요. 과테말라에서는 모두가 방과 후 활동으로 한 두 가지의 운동을 즐기는 분위기였어요. 고등학교 때는 사진 동아리같이 정적인 활동을 좀 더 많이 했는데, 그때도 계속 학교 운동 경기들을 다니며 사진을 찍었어요, 운동을 땔 수 없는 느낌이었죠. 운동을 한다고 하면 대부분 엘리트 운동선수들을 떠올리는 한국과는 좀 다르게 이런 생활 스포츠를 일상에서 많이 접할 수 있어서 자연스럽게 운동을 즐기게 된 것 같아요. 아 그리고 대학에 와서는 라크로스를 만나게 돼서 라크로스로 가득한 대학 생활을 보냈죠.
라크로스요? 왜 다른 운동도 많은데 라크로스를 하셨나요? 한국으로 대학을 와서도 꼭 운동 동아리에 들고 싶었어요. 원래 여자축구 동아리를 들어가고 싶었는데 그때 당시에는 비체대생은 가입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야구나 농구 동아리를 알아봤는데 대부분 매니저를 시키더라고요. 그래서 속상해하고 있는 와중에 우연히 라크로스 동아리를 알게 되었고 비록 라크로스가 어떤 운동인지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운동이기는 하니까 한번 가보자는 생각으로 처음 시작을 하게 되었죠. 마냥 뛰어다니는 것이 너무 좋았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한 학기 내내 라크로스에 빠져서 지냈죠. (웃음)
제가 라크로스가 어떤 운동인지 잘 모르는데 간단히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근데 제가 라크로스를 대학 졸업 후 안 한지 좀 되어서 좀 헷갈리기는 해요. (웃음)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라크로스가 규칙이 좀 자주 바뀌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원래는 축구랑 뛰는 인원이 같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맞나? (웃음) 골키퍼 제외하고 11명이 뛰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라크로스라는 운동 자체를 설명할 때는 축구, 농구 그리고 하키가 섞여진 운동이라고 이야기해요. 기본적으로 스틱을 이용해서 공중에서 공을 서로 패스하여 상대편 골대에 골을 넣으려고 하는 운동이고 하키처럼 골대 뒷공간도 활용할 수 있어요. 수비수, 미드필더, 공격수가 나뉘고 축구처럼 몸싸움이나 오프사이드도 존재합니다.
한국에는 라크로스를 즐기시는 분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맞아요, 사실 장비가 많이 비싸서 ‘한 번 즐겨볼까?’라는 마음으로 입문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실력이 늘기도 쉬운 운동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인프라나 저변이 작기는 해요. 라크로스 자체를 아시는 분들도 많이 없어서 제가 학교 다닐 때 스틱을 들고 다니면 다들 호기심을 갖고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많이들 물어보셨어요. 근데 반대로 생각하면 하는 사람들이 적어서 더 끈끈한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고 또 더 특별함을 느낄 수 있어요. 뭔가 소수에 속하는 특별함? 이죠. (웃음) 좋은 이야깃거리도 만들 수 있고요! 그리고 어느 순간 실력이 확 늘 때가 있는데 그러면 더 매력에 빠지게 되죠.
희진님이 경험한 라크로스만의 매력은 무엇이었나요?
우선 팀원들과 함께 땀 흘리는 것이 좋았어요. 말씀드렸듯이 저는 되게 활동적인 사람인데 저희 과는 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학과였어요. 반면에 이런 팀 스포츠를 즐기는 운동 동아리는 특유의 끈끈함이 있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또 함께 성취감을 공유할 수 있어서 제가 푹 빠졌던 것 같아요. 처음에 시작할 때 정말 초보였던 저의 모습이 발전하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라크로스뿐 아니라 스포츠 자체의 매력인 것 같아요. 그리고 여자 라크로스는 농구, 럭비 같은 운동과 다르게 선천적인 신체 능력이 주는 영향이 적은 편이에요. 흔히 말하는 피지컬이 좋은 팀들은 좀 더 부딪히고 과격한 플레이를 즐기지만 신장이 작고 날쌘 아시아 팀들 같은 경우에는 민첩성을 부각하는 빠른 플레이를 통해 상대를 제압할 수 있어요. 진짜 팀 스포츠인 느낌? 정말 매력 있는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팀 스포츠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럼요, 저는 학교에 다니며 했던 그 어떤 조별 과제보다 라크로스라는 팀 스포츠를 통해 단체 생활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조별과제는 어쨌든 조원 중 한 명이 ‘하드캐리’를 하면 어느 정도 성과가 나타나는데 팀 스포츠는 그렇지 않거든요. 아무리 개인의 역량이 뛰어나도 팀원 간 소통이 부족하면 실패를 겪을 수 있고 반면에 실력과 상관없이 합이 잘 맞으면 성공할 수 있는 것을 팀 스포츠를 통해 배울 수 있었어요. 그리고 결과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한 팀원들끼리 서로 다독여주며 동료애 같은 것도 많이 생기고 대학생이 학교만 다니면서 느낄 수 없는 것들을 많이 얻을 수 있었죠. 꼭 팀 스포츠가 아니더라도 스포츠는 항상 매력적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요즘 새로 도전해보고 싶은 운동이 있을까요? 제가 럭비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도전은 망설이고 있어요. 제가 라크로스를 쉬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라크로스 국가대표를 한 번 다녀온 이후 슬럼프가 심하게 왔기 때문이거든요. 물론 다른 프로스포츠 국가대표 같은 개념은 아니지만, 국가대표를 다녀온 것은 제가 라크로스를 시작한 후 느낀 가장 큰 성취감이었어요. 그런데 반대로 더 이상 재미로 라크로스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의무적으로 라크로스를 대하게 되니까 의욕을 좀 잃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럭비에도 같은 슬럼프가 올까 봐 도전하는 것이 망설여져요. 물론 제가 럭비를 한다고 국가대표 선수가 또 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 운동에 너무 진지해지는 것이 싫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제대로 시작하는데 두려움을 갖는 것 같아요. 그래서 럭비는 경기를 자주 보러 다니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는 E-Sports를 즐겨보고 있습니다.
온라인 게임 말씀하시는 건가요? 맞아요, 요즘 LOL을 시작했습니다. (웃음) 사실 저도 예전에는 이런 E-Sports는 스포츠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직접 해보니 스포츠로 인정하게 되었어요. 제가 경험한 팀 스포츠처럼 경기 전략을 짜고, 팀원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 움직이고 그것이 결과로 나타나는 점이 엄청 흥미진진했어요. E-Sports에 대한 시선의 변화를 겪으며 어떤 것이든 직접 경험하며 겪어봐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어요. 모든 스포츠는 밖에서 보는 것과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같은 스포츠 종목이라도 접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 영감과 경험을 주니까요.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시는 것이 부러워요. 앞으로 희진님에게 스포츠는 어떻게 남을까요?
제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 아닐까요? 물론 요즘 운동을 잘 안 해서 점점 죽어가는 것 같기는 하지만 올해부터 다시 라크로스가 되었든 다른 운동이 되었든 집중해서 해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스포츠를 보는 것도 즐기는 편이니까 운동이 싫어지지는 않을 것 같아요.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면서 저에게 찾아오는 다양한 재미를 느끼며 오랫동안 스포츠와 함께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음… 정말 아무 말이나 괜찮나요? (웃음) 그럼 저는 도쿄 올림픽 때 럭비 대표팀을 꼭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올림픽 예선 때 한국 대표팀이 준결승, 결승 모두 연장전에 가서 역전승을 거두고 극적으로 올림픽에 진출했거든요. 저 그때 진짜 펑펑 울었습니다, 드라마도 그런 드라마가 없었어요. 이것이야말로 스포츠의 진짜 묘미 아닐까요! 많은 분께서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Credit
Editor Cha Youngjun
Photography Kim Hee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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