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구
NO RUN,
NO LIFE!
LEE EUN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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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트렌드인 '러닝 크루', 우리나라 중심에는 JSRC가 있습니다. 단순히 함께 모여 달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공유하고, 즐기는 것이라는 JSRC. 그 크루들을 이끌고 있는 이은구님을 만나봤습니다.
먼저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어느 덧 6년째 잠실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러닝 크루 'JSRC'의 운영자 그리고, 스포츠 브랜드에서 커뮤니티 관리 관련 일을 하고 있는 38살 이은구입니다.
러닝의 특별함에 대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러닝은 따로 장소를 대여하거나 특별한 장비가 필요 없고 운동복과 운동화 한 켤레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운동이에요. 즉, 내가 가고 싶은 발걸음대로 달리면 그게 그 날의 운동이 되고 길이 되는 것이죠. 그리고 달리다 보면 스트레스나 고민거리들을 많이 잊어버리고 달리는 순간에 집중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목표로 했던 코스를 달리고 나면 주어지는 성취감이 제 마인드를 긍정적으로 변화시켜줘요. 그 자신감은 평소 생활에서도 주어진 과제를 잘 수행할 수 있게끔 해주는 기폭제가 됩니다. 아 그리고 건강! 러닝은 모든 운동의 기초가 돼요. 뭐 심폐지구력, 근력 이런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고 러닝을 꾸준히 뛰면 호르몬의 분비를 이끌어 동안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웃음)
동안이신 것 같습니다. (웃음) 그런 말을 들으려고 한 것은 아닌데, 감사합니다. (웃음)
요즘 같은 때는 러닝을 즐기기 어려울 것 같아요. 러닝을 즐기는데 제약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어요. 요즘같이 코로나 바이러스나 미세먼지처럼 건강에 크게 영향을 주는 경우는 당연히 자제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큰 제약이 되는 제약이 아니라면 그조차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비가 오면 우리는 우산을 쓰고, 실내로 다니게 되잖아요? 하지만 비가 올 때 달리면 생각보다 그 순간이 특별하고 아름답게 느껴져요. 누구나 한 번쯤,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비를 맞으며 달려보고 싶다고 생각하잖아요. 실제로 달려보면 쉽게 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통해 러닝의 바이브를 느낄 수 있습니다.
러닝 크루 'JSRC'를 만들어 러닝을 즐기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제가 평소에 SNS 탐색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달리기에 대한 해외 콘텐츠를 SNS를 통해 접하게 되었어요. 우리나라와 다르게 해외 달리기 문화는 특색 있는 러닝 크루들을 중심으로 굉장히 활기차더라고요. 마라톤 대회에 젊은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참가하고, 러너들이 입는 패션 또한 하나의 문화처럼 여겨지고요. 그런 것들을 보며 왜 우리나라에서는 러닝이 재미없게 고독하고 외로운 느낌일까,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좋은 코스들이 많은데 해외처럼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 수 없을까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었어요. 우리나라에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그 사람들과 함께 즐기면 더 올바른 러닝 문화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2014년 3월 14일 남자 3명이서 JSRC를 시작하게 되었죠.
첫 시작을 3월 14일 화이트데이에 한 이유가 있나요? 이건 약간 비공식적인 이야기인데요.(웃음) 그때 당시 여자친구가 없었는데, 러닝 크루를 통해 관심사가 비슷한 좋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소망도 아주 살짝 있었어요. 하지만 러닝 크루의 주 목적은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건전한 러닝 문화를 만들고자 한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크루 내에서 만남을 갖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사실 젊은 청춘 남녀가 모여서 그런 일이 없는 것도 이상한 일이니까 개인들에게 자유롭게 맡기는 편이에요. 물론 큰 문제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개입하겠지만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그런 일이 없었어요.
지금은 'JSRC'의 규모가 매우 커졌지만, 처음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처음 반응은 사실 별것 없었어요. 제가 평소에도 달리기를 즐겨 하는 것을 아니까, 아 또 뭐 하나보다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크루와 함께 달리는 저의 모습을 SNS를 통해 보고 주변에서 호기심을 갖고 한 번 함께 뛰어보고 싶다는 문의를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실제로 정기 세션에 직접 참여하신 분들이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주셔서 계속해서 규모가 커지게 되고, 지인들은 물론이고 SNS를 통해 연락을 주신 많은 분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저 처럼 함께 달리고자 하는 분들이 여기 저기 많았다는 것이죠.
혼자가 아닌 함께 달리면 좋은 점은 무엇일까요?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같이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이 정말 맞는 말임을 함께 달리면 알 수 있습니다. 혼자서는 지루하기도 하고, 에너지를 내기도 어렵기 때문에 쉽게 지치게 되지만 함께 뛰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통해 에너지를 채우고 더 큰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단순하게 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하이파이브를 하고, 완주 때 다 같이 박수를 쳐주는 등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요소들도 함께 나눌 수 있거든요. 그런 것들이 모여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정말 다양한 사람이 모여 만들어 낸 다양한 에너지들이 JSRC라는 커뮤니티에 녹아들고 채워지는 것을 보며 개인적으로 큰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고요.
러닝 크루에 참여하며 인상 깊었던 회원이 있을까요?
사실 한 사람을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러닝을 매개체로 모인다는 것이 제일 인상 깊어요. 일반 회사원이나 대학생분들은 물론이고 힙합 가수, 작가, 의사 등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경험을 커뮤니티에 녹여내는 것이 좋았어요. 아! HONNE라는 영국의 그룹 멤버들과 함께 달린 강렬한 기억이 생각납니다. 나름 매우 유명한 그룹인데 그쪽 에이전시가 먼저 메일이 와서 HONNE 멤버들이 달리기를 매우 좋아하니 JSRC와 함께 달리고 싶다고 연락을 줬어요. 처음에는 스팸인 줄 알았습니다.(웃음)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니 연락을 주고받았고 실제로 함께 달리게 되었죠.
크루를 관리하는 것이 오히려 본업을 힘들게 하는 경우는 없나요?
솔직히 없지는 않죠, 예전에 일했던 회사에서는 혼도 많이 났어요.(웃음) JSRC는 이제 단순히 달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회를 준비하거나, 브랜드와의 협업을 준비하기도 하니까 신경 쓸 부분이 많아졌어요. 본업 외에 추가적인 일로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다행히도 지금 회사에서 스포츠 커뮤니티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서 JSRC를 관리하는 것에 시너지가 되는 것 같아요. 개인적인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시간을 투자하게 되는 건 그만큼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일이니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또 JSRC가 잘 성장할 수 있는 계기도 되었고요.
은구님이 달린 코스 중 추천해줄 코스가 있을까요?
음... 저나 JSRC는 잠실을 중심으로 많이 달리는데 다들 석촌호수만 떠올리시더라고요. 근데 석촌호수는 사람도 많고 순환코스이다 보니까 금방 지루해질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올림픽공원을 뛰는 코스와 잠실철교 같은 한강을 건너는 브릿지런을 좋아합니다. 한강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기분을 다른 분들도 느껴 보셨으면 좋겠어요. 요즘에는 도심 한복판을 달리는 시티런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광화문, 을지로 같은 평소에는 무심하게 다녔던 길을 퇴근 후에 달리게 되면 정말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경관도 너무 아름답고요.
은구님은 어떤 러닝메이트가 되고 싶으세요? 저는 러닝만큼 노력에 따른 실력과 건강의 향상을 느낄 수 있는 정직한 운동이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 누구보다 잘 느낀 이 성취감을 JSRC를 찾아준 이들에게 전하고 크루들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러닝메이트가 되고 싶습니다. 사실 저는 화려함을 좋아하고, 제가 주목받는 것을 좋아하던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JSRC를 운영하면서 주변 사람들이 주목받고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것에 큰 성취감을 느끼게 돼요. 이런 저의 변화에도 많이 놀라고 있습니다. 아직 러닝의 재미를 모르는 사람들이 편하게 러닝을 맛보고 도전할 수 있도록 돕고 그를 통해 즐거운 운동 문화를 갖게 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돕는 것이 저의 목표이자 JSRC의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러너로서 은구님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죽을 때까지 달리고 싶습니다. (웃음) 나이가 먹어서도 꾸준히 여러 사람들과 함께 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금도 사실 가끔 러닝에 권태기를 느끼지만 그때마다 새로운 도전을 하며 권태를 벗어나려 노력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3월에 열리는 동아 마라톤에서 개인 기록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제가 러닝에 대한 사랑을 잘 유지할 때 JSRC도 계속해서 올바른 러닝 문화를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될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 러닝이 싫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때는 제가 주변 크루들에게 좋은 영향을 준 것처럼 주변에서 저에게 도움을 주지 않을까요? 계속해서 이 즐거움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앞으로 운동에 대한 전문적인 공부를 조금 해보고 싶습니다. 단지 경험에 의존하여 주변 분들에게 러닝에 대해 알리는 것이 아닌,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통해 러닝을 즐기고자 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정말 즐겁고 건강한 러닝 문화를 많은 이에게 전파하고자 했던 저의 바람을 계속 실현시키고 싶어요. 이를 통해 많은 분들이 러닝을 단순 달리기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운동에 가장 기본이 되는 즐거운 운동으로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Credit
Editor Cha Youngjun
Photography Lee Eun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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