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GUARD OF PASSION
KIM JI EUN
_
_
어느 순간부터 운동을 빼놓고 자신을 설명하기 어려워졌다는 김지은님. 스포츠 현장에서의 꿈이 머지않아 이뤄질 그녀의 미래를 기대해주세요.
먼저 간략한 자기소개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농구를 즐기고 대학에서 스포츠건강재활을 전공하고 있는 3학년 김지은입니다. 막상 인터뷰를 하려니까 주변 지인들의 웃는 모습이 떠올라 살짝 부끄럽네요.
요즘 농구를 즐기는 여성분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지은님은 어떤 계기로 농구를 하게 되었나요? 제 기억 속 첫 운동은 태권도였는데 별로 안 좋아했어요. 상대방을 무력으로 제압해야 하는 점이 성격상 안 맞았고 어릴 적부터 달리는 것을 좋아해서 보다 더 역동적인 운동을 하고 싶어 했어요. 자연스럽게 태권도를 그만두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축구를 즐기게 되었어요. 나름 실력도 좋아서 축구선수가 하고 싶다고 어머니께 졸랐던 기억도 나네요.(웃음) 사실 농구를 시작한 것은 대학에 온 이후였어요. 처음에는 축구 동아리에 들고 싶었는데, 원래 하던 활동과 요일이 겹쳐서 요일이 다른 농구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농구를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원래 구기운동을 좋아했으니까 관심이 가는 정도였는데 하면 할수록 제 인생 운동이 되어서 대학 동아리(KUBA)는 물론 일반 동호회(BSW)에서도 농구를 즐기고 있습니다.
어떤 점 때문에 농구에 흠뻑 빠지게 되었을까요? 음 단체로 하는 구기종목은 대부분 득점을 하는 포지션이 정해져 있고 득점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몰리게 되는데 농구는 수비수, 공격수가 나뉘지 않는 스포츠예요. 다섯 명 모두가 함께 공격하고 또 함께 수비하면서 누구나 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진짜 팀 스포츠가 바로 농구라고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샷클락(24초 시간제한)이 있는 점? 다섯 명이 24초 제한 시간 안에 공통된 하나의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소통하고 희생하는 점이 너무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렇게 다른 운동이 줄 수 없는 농구가 갖는 팀 스포츠에 대한 가치를 알아가게 된 것 같아요. 제 성격도 많이 변했고요.
성격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사실 지금도 나서서 말을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원래 낯을 정말 많이 가리는 편이었어요. (웃음) 하지만 농구를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경기장 내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알게 되었어요. 제가 가드 포지션을 주로 서다 보니까 다른 팀원들을 리딩하고 계속 얘기하면서 경기를 이끌어야 하거든요, 보다 더 적극적으로 팀원들을 독려하고 호흡을 맞추는 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팀원들과 경기장 내에서 좋은 호흡을 맞추게 되니까 경기장 밖에서도 좋은 교류를 이어가는 감사한 인연이 되는 것 같아요. 팀원을 넘어서 좋은 인생 친구들이 되어가는 거죠!
그런 변화가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나요? 그럼요! 우선 자신을 더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제가 마냥 소심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절대 외향적인 사람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농구를 하면서 나 또한 활발하게 소통하고 누군가를 리딩하는 대범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아 그리고 단체 종목의 특성상 한 명의 팀원이자 득점원으로서 책임감도 많이 기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점들이 학교생활에서도 도움이 많이 되어요. 조별과제를 할 때 무임승차하는 학생들을 잘 격려하도록 소통하게 된 점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웃음) 또 농구를 하기 전, 아르바이트를 하며 인간관계 문제로 심적으로 매우 힘들었던 경험이 있는데 이제는 더 잘 해결할 수 있는 법을 배웠으니 더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농구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운동은 아닌 것 같아요. 맞아요, 사실 저도 체육대학에 진학했기 때문에 농구를 더 쉽게 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특히 여성분들이 농구라는 선택지를 갖기는 더욱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인기도 별로 없고요. 미용적으로 좋은 운동도 아니고, 건강에도 사실 그리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저도 그렇지만 연습하러 경기장에 가면 팀원들 모두 허리나 무릎을 붙잡고 앓는 소리투성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구를 하는 여성분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만큼 매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농구를 처음 시작하기 전에 그랬지만 실제로 접하기 전까지는 막연한 두려움만 있잖아요? 하지만 시작해보면 제가 말씀드린 농구만의 매력을 다들 아실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제 주변에도 처음에는 관심이 없다가 점점 재미를 붙여서 지금은 농구 없이 못 사는 사람들도 많이 생겼어요. 농구는 여자프로농구(WKBL)가 존재하니까 경기를 보러 다니면서 재미를 붙이는 것도 좋은 시작일 것 같아요. 가까이 갈수록 더 흥미가 생기는 법이니까요.
쉽게 실력의 발전을 느끼기에도 좀 어려운 운동인 것 같아요. 사실 저도 농구를 잘하는 편은 아니라…(웃음) 아마 많은 분이 팀 스포츠 특성상 내가 민폐는 되지 않을까? 생각하실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것으로 눈치 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소극적이었던 성격 탓에 경기장 안에서 말도 잘 못하고 실력도 쉽게 늘지 않았지만 같은 동호회 언니들이 계속 격려해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더 즐겁게 운동에 임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운동이 즐거워지니까 어느 순간부터 실력이 향상되는 것도 느껴지더라고요. 그리고 요즘에는 조금만 찾아보면 초심자들도 쉽게 농구를 배울 수 있는 동호회나 센터도 많이 존재하니까 실력에 대한 부담 없이 도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반대로 지은 님이 새로 도전해보고 싶은 운동이 있을까요? 요즘 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농구는 나를 내세우는 운동에 가까운 것 같은데 요가는 반대로 나를 내려놓는 운동이라는 느낌이 강해요. 그래서 지금까지 제가 즐겨왔던 운동과 반대되는 운동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저번 주 요가 하시는 분 이야기도 잘 보았는데 도전에 대한 용기가 좀 더 생긴 것 같아요.
그렇다면 지은 님이 농구를 비롯한 운동을 통해 얻는 가장 큰 가치는 무엇일까요? 고민을 잊고 현재에 집중하는 것 아닐까요? 고학년이 되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과 걱정이 많아지는데 운동을 할 때만큼은 모든 것을 다 잊고 그 순간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니까요. 물론 금방 또 현실적인 고민으로 돌아오지만, 운동하는 순간만큼은 작은 일탈처럼 운동이 주는 재미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리고 또 좋은 팀원들을 만나 든든한 내 조력자를 얻게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운동할 때 최대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기려고 해요. 괜히 스트레스 받고 집중력을 잃게 되면 부상당하기 쉽거든요. 부상으로 운동을 못 하게 된다면 삶 자체가 슬럼프에 빠질 것 같아요. (웃음)
운동이 삶에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이러한 점이 진로 선택에도 영향을 주었을까요? 물론이죠. 어느 순간부터 운동을 빼놓고 제 자신을 설명하기 어려워졌어요, 그만큼 아무리 시간을 투자해도 아깝지 않을 만큼 운동을 좋아하게 되었고 좋아하는 운동과 밀접한 진로를 꿈꾸게 되었어요. 사실 운동선수가 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스포츠가 있는 현장에 위치하고 싶었어요. 시간이 지나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스포츠 데이터 분석가가 되고 싶은 생각이 매우 큽니다. 가능하다면 농구 영역에서요! 얼마 전에 KBL(한국 프로농구리그) 데이터 분석 경진대회에도 참가했는데 떨어졌어요. (웃음) 그래도 계속 도전해보고 싶어요.
앞으로 지은 님에게 운동은 어떤 의미로 남을까요?
음 제 열정을 쏟아낼 수 있는 곳일 것 같아요.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제 시간을 쪼개서 열정을 표출할 곳이 운동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그리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오래도록 좋아하고 자의로 열정을 쏟아붓게 만드는 것은 운동, 스포츠인 것 같아요. 제 진로에 상관없이 평생 운동과 함께하는 삶을 살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일상처럼 해왔던 운동에 대해서 처음 이런 깊은 고찰을 해본 것 같아서 매우 좋았어요. FIFL이 추구하는 방향에 맞게 더 올바른 스포츠 문화가 잘 장착되어서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많은 운동을 체험해볼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망설이지 마세요!
Credit
Editor Cha Youngjun
Photography Kim Jieun
피플진 FIFLZINE은 FIFL이 운영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으로 각 분야에서 운동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운동이라는 매개체로 서로의 에너지와 일상을 공유하고, 더 나아가 건강한 삶을 독려할 수 있는 채널이 되길 바랍니다.